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원장
노점상(露店商)의 사전적 의미는 길거리에 물건을 벌여놓고 하는 장사를 말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 중 하나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친구와 함께 떡볶이나 어묵꼬치를 나눠먹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시장통을 돌며 호떡과 붕어빵으로 잠시 허기를 달랬던 추억들을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다.

추억 속에 갖고 있는 길거리 행상들에 대한 기억들을 잊혀질 만하면 환기시켜 주는 건 TV 화면을 통해 비춰지는 노점상인들의 모습인 듯 하다.

몸부림치며 거칠게 저항하고 절규하는 허름한 노점상의 모습이 TV나 신문을 통해 알려지는 건 항상 국제적인 행사나 대회를 앞둔 시점인 경우가 많다.

불결하고 너저분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감추고 청결하고 정리정돈된 거리를 보여주고 싶은 행사 관계자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노점상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 배려는 철저히 짓밟혀지고 무시당하는 게 아쉽다.

누군들 노점상인이 되고 싶겠는가. 여름에는 찜통 같은 더위와 싸우고 겨울에는 뼈 속까지 스미는 찬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을 터이다.

전국적으로 노점상 현황은 그 유동적인 성격으로 인해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뿐더러 평균적인 소득 수준이나 노동 연령층 등 기초적인 조사 자체가 힘들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략 추정을 하면 노점상은 취업 대안형과 생계형, 사업실패, 실업 등의 상황에서 선택하는 수단으로 나타나며 평균 연령층은 50대 이상 정도로 파악된다.

또 하루 12~15시간 일하면서 대부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 수준으로 차상위계층에 속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노점상은 이렇듯 우리 사회의 빈곤과 실업, 경제난 속에서 생계 유지를 위한 최후의 방편이 됐지만 이들에 대한 생존권 보장과 인권 보호는 여느 사회적 약자층과 마찬가지로 방치되고 유린돼 왔다.

그럼 노점상들이 서로 뜻을 모아 한 목소리로 현실에 맞는 대책 마련과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 노점상은 처음부터 불법이다.

영업허가를 내지 않으니,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물건을 도로에 무단으로 적치했으니, 위생검사를 받지 않았으니 애초부터 노점상들은 불법인 것이다. 이런 노점상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얼마 전 남대문시장의 상인과 노점상들로부터 16억여 원 이상의 금품을 갈취한 남대문시장 경비원 등 관리업체 관계자들이 적발됐다고 한다.

이들은 하루 생계형의 영세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하루 4000원의 자릿세와 청소비, 하물며 화장실 사용료까지 챙기며 협박과 폭행을 서슴치 않았다. 매서운 한파에 하루하루 추위에 떨며 장사하는 할머니에게까지도 이들의 횡포가 자행됐다고 하니 이 얼마나 파렴치한 짓인가.

또 서울 강남구청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핵 안보 정상회의’라는 국제 행사를 빌미로 노점상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성공적인 국제 행사 진행을 위한 청결한 거리조성 차원의 환경미화라는 이름하에 힘없는 노점상들이 더 이상 내몰릴 곳도 없건만 추운 길바닥 위에서 부르짖고 있다.

도시미관 조성 사업, 악질적인 관리업체와 관계자들, 사설 용역업체들의 인간성 없는 서슬퍼런 폭력 속에서 노점상들은 얼마나 더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일까.

불법적이고 사회 기초질서에 반하는 노점상들이 언제까지나 방치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만 이들을 법적·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배려할 수 있는 노점상 중심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또 하나의 더불어 사는 조건이 아닐까.